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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제주의 서점들: 섬 속에서 만난 문학 공간들

1. 섬의 감성과 문학이 만나는 곳, ‘제주시 아라동의 소심한책방’

제주의 감성적인 서점 여행은 제주시 아라동에 위치한 ‘소심한책방’에서 시작된다. 이 서점은 이름처럼 조용하고 섬세한 분위기를 지녔으며, 독립출판물과 에세이 중심으로 큐레이션된 공간이다. 도시의 소음과 관광지의 번잡함에서 벗어나, 내면과 마주할 수 있는 장소로 여행객 사이에서 입소문이 자자하다.
‘소심한책방’은 단순히 책을 판매하는 공간이 아니라, 제주에서의 삶과 문학이 교차하는 작지만 깊은 문화 플랫폼이다. 지역 작가들의 글과 제주에 관한 에세이들이 따뜻한 종이 질감으로 다가오며, 공간 한편에는 손님들이 쓴 엽서가 걸려 있어 누군가의 문장을 읽는 즐거움도 함께 누릴 수 있다.
정기적으로 열리는 낭독회, 글쓰기 모임, 필사 워크숍은 이 서점을 단순한 책방이 아닌 ‘문학적 사유의 장소’로 자리 잡게 만들었다. 특히 제주 이주 작가들의 이야기를 담은 코너는 이곳만의 정체성을 더욱 뚜렷하게 보여준다.

제주의 서점들: 섬 속에서 만난 문학 공간들

2. 바다를 마주한 책의 공간, ‘구좌읍 책방 무사’

제주 동쪽, 바닷바람이 부는 구좌읍에는 감성과 철학이 만나는 독특한 공간 ‘책방 무사’가 있다. 이곳은 ‘무사’(무사히 잘 지내고 있냐는 제주 방언)라는 이름처럼 따뜻한 안부와 평안을 전하는 서점이다.
책방 무사는 특히 자연, 생태, 인문학을 주제로 한 책들을 중심으로 선별된 큐레이션을 제공한다. 서가에는 '자연 속의 인간', '제주의 식물 에세이', '고요한 바다의 철학' 같은 제목들이 줄지어 있어, 책을 펼치는 순간 제주의 바람과 바다가 함께 읽히는 듯한 경험을 준다.
이 서점의 특별함은 책과 자연을 연결시키는 공간 설계에 있다.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바다, 나무로 지어진 서가, 그리고 조용한 음악이 더해져 방문객은 문학적 사색의 깊은 몰입감을 느낀다. 제주 동쪽에서만 느낄 수 있는 이 고요한 분위기는 책방 무사만의 고유한 정체성이다.

3. 돌담 속의 작은 책방, ‘서귀포 책다방’

제주 남쪽 서귀포시 중문 인근에는 돌담으로 둘러싸인 조용한 서점 ‘책다방’이 있다. 이름 그대로 이곳은 ‘책’과 ‘다방(카페)’이 결합된 공간으로, 독서와 커피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감성 서점이다. 특히 이곳은 문학과 커피가 공존하는 분위기 속에서 문장과 향기가 조화롭게 머무는 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다.
책다방의 큐레이션은 문학에 집중되어 있다. 한국 현대문학부터 고전, 해외 소설, 시집, 그리고 제주를 배경으로 한 문학작품까지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으며, 작가의 친필 사인 도서나 절판 도서를 우연히 발견할 수도 있다.
공간 한쪽에는 여행자들이 남긴 글귀와 독서 감상문이 전시되어 있어, 방문자가 단순히 책을 읽는 것을 넘어서 서로의 감성을 공유하는 장이 되고 있다.
이곳은 또한 제주 문학 페스티벌, 시 낭송회, 북 토크 등 다양한 문학 기반 프로그램을 주최하며, 지역의 문화적 깊이를 넓히는 데 기여하고 있다.

4. 폐교에서 다시 태어난 책의 숲, ‘한림읍 위미리 꿈꾸는 책방’

마지막 여정은 제주 서쪽, 한림읍 위미리의 폐교 공간을 개조해 만든 ‘꿈꾸는 책방’이다. 이곳은 예전 초등학교의 교실과 복도를 그대로 살려 만든 문화 서점으로, ‘문학과 공간 재생’이라는 테마 아래 독특한 정체성을 자랑한다.
꿈꾸는 책방은 단순한 독립서점을 넘어 하나의 문학 복합문화공간이다. 교실 서가는 시와 동화, 철학 서적들로 꾸며져 있고, 복도는 ‘시인의 길’로 재해석되어 방문자들이 걸으며 문장을 읽고 기록할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이곳에서는 아이들을 위한 문학 워크숍, 지역 주민과 함께하는 낭독회, 폐교의 역사를 책으로 엮는 프로젝트 등 다양한 문학적 활동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한때 학문을 배웠던 공간이 이제는 다시 책과 문학의 집이 되어 제주의 문화지형을 넓혀가는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울림을 준다.
이 서점은 단순히 책을 파는 곳이 아니라, 기억과 기록, 그리고 감성이 공존하는 장소로 ‘제주 문학여행’의 완벽한 피날레를 장식하기에 더없이 알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