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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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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나츠메 소세키가 사랑한 동경의 장소들 1. 나츠메 소세키의 동경 생활: 와세다부터 시작된 문학의 여정일본 근대문학의 거장 **나츠메 소세키(夏目漱石)**는 도쿄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인물이다. 그는 와세다 근처에서 청년 시절을 보냈으며, 이 지역은 그의 대표작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와 『산시로』의 배경이 되었다. 와세다 대학 근처에는 지금도 그가 강의했던 고등사범학교 건물이 일부 보존돼 있고, 그 자취를 따라 산책하는 '소세키 산책길'이 조성되어 있다. 소세키의 문학이 품고 있는 근대 지식인으로서의 고뇌와 고독은, 그가 거닐던 이 동경의 조용한 골목길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문학관을 방문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건, 그가 일상적으로 걷던 길을 그대로 밟아보는 경험이다. 이는 단순한 장소 탐방이 아닌, 작가의 감정을 직접 체험하는 시간 여행..
헤밍웨이의 쿠바: 작가가 머문 도시의 재해석 1. 헤밍웨이와 쿠바: 사랑에 빠진 작가의 두 번째 고향어니스트 헤밍웨이(Ernest Hemingway)에게 쿠바는 단순한 휴양지가 아니었다. 그는 이곳을 “나의 두 번째 집”이라 부르며, 생의 중요한 시기를 이 섬나라에서 보냈다. 1939년부터 1960년까지 약 20여 년 간 쿠바에 거주한 그는 아바나 근교 산프란시스코 데 파울라 지역의 ‘핀카 비히아(Finca Vigía)’라는 저택에서 작품을 집필하며 지냈다. 이 집은 지금도 박물관으로 보존되어 있으며, 수많은 작가 지망생과 문학 애호가들이 그의 흔적을 좇아 방문하는 성지와 같은 공간이다. 특히 『노인과 바다』는 쿠바 앞바다 코히마르(Cójimar) 마을에서의 생활 경험을 바탕으로 탄생한 작품으로, 이 책은 1954년 헤밍웨이에게 노벨문학상을 안겨..
김유정 문학촌 체험기: 소설 속 공간이 현실이 될 때 1. 김유정 문학촌, 소설의 배경이 된 실재 공간강원도 춘천시 실레마을에 자리한 김유정 문학촌은 소설 속 배경이 실재의 공간으로 재탄생한 대표적인 문학기행지다. '동백꽃', '봄·봄', '산골 나그네' 등 토속적인 언어와 해학적 시선으로 일제강점기 조선 농촌의 현실을 담아낸 김유정 작가는 바로 이곳 실레마을 출신이다. 문학촌은 김유정의 생가터를 중심으로 복원한 가옥, 전시관, 문학체험관, 그리고 다양한 조형물과 문학산책로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의 작품이 탄생한 배경을 직접 발로 느낄 수 있는 귀한 공간이다. 입구에 들어서면 마치 시간 여행을 떠나는 듯한 기분이 든다. 비록 옛날 초가집은 아니지만, 복원된 한옥 구조물과 좁은 골목길은 김유정의 단편 속 배경을 오롯이 떠오르게 만든다. 단지 ‘보는 공간’이 ..
박경리 문학관부터 시작하는 통영 문학 여행 1. 박경리 문학관: ‘토지’의 뿌리를 만나는 시작점통영 산양읍 미륵산 자락에 자리한 박경리 문학관은 대하소설 『토지』와 『김약국의 딸들』의 배경이 된 통영의 풍경 속에 문학이 녹아든 공간입니다 . 2010년 개관한 기념관은 박경리 작가의 생애, 친필 원고, 편지, 대표작 관련 모형 등 작품 세계의 핵심 요소를 세심하게 구성했습니다.건축가는 적갈색 벽돌과 통유리를 활용해, 주변 바다와 숲을 기념관 내부로 끌어 들였습니다. 이는 마치 소설 속 풍경 속으로 들어온 듯한 공간적 몰입감을 줍니다 . 또한, 전시실 중정에는 ‘김약국의 딸들’ 배경을 재현한 미니어처가 있어, 문학 작품의 장소적 실제감을 직관적으로 경험할 수 있습니다 .박경리 문학관은 통영 강구안과 가까운 도남동의 조용한 골목에 자리 잡은 한옥 형태..
이상과 윤동주의 흔적을 따라가는 서울 문학 산책로 1.문학 산책의 시작: 서촌을 걷다 – 이상의 고향을 찾아서서울 서촌은 중인층과 예술가들이 거주하던 골목이 모여 있는 곳으로, **소설가 이상(1910~1937)**의 생가가 있는 지역입니다. 특히 통인시장 근처 ‘이상의 집’은 당시 모더니스트 문학의 거점으로, 주인보다 더 큰 존재감을 지닌 공간이었습니다.이곳에서의 산책은 문학과 도시가 교차하는 경험입니다. ‘이상의 집’을 시작으로 골목길 따라 내려오면, 당시 작가가 머물며 구상을 했을 법한 이 지역의 낮은 한옥 지붕들과 작은 문방구, 수공예 공방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그중 통인시장의 엽전 도시락 체험은, 독자와 글쓴이가 공통으로 공유했던 ‘서민적 삶속 감성’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좋은 예입니다.이상이 걸었던 서촌의 골목은 전형적 근대문학..
문학 테마로 짜는 유럽 소도시 여행 루트 5곳 1. 문학이 숨 쉬는 작은 도시, 유럽 소도시 여행의 매력대도시의 번잡함 속에서 벗어나 진짜 문학적 영감을 얻고 싶다면, 유럽의 소도시를 여행하는 것은 그 자체로 하나의 문학적 체험이 된다. 소도시는 시인과 소설가들이 실제로 거주하거나 영감을 받았던 장소가 많고, 문학을 주제로 한 거리, 박물관, 서점, 카페 등이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런던이나 파리 같은 대도시도 물론 매력적이지만, 그보다 더 깊은 울림을 주는 공간은 조용한 골목과 오래된 건물이 남아 있는 소도시의 일상적인 풍경 속에서 더 자주 발견된다. 이번 여행 루트는 실질적인 정보와 감성을 모두 고려한 구성이며, 유럽의 다섯 소도시—영국의 하워스, 프랑스의 오뱅, 독일의 마르바흐, 오스트리아의 바트이슐, 이탈리아의 아시에고—를 중심으로 한다. 이 ..
세계 각국의 중고책방, 시간 속에서 만나는 책의 역사 1. 중고책방의 존재 이유: 책의 두 번째 생명중고책방(Secondhand Bookstore) 은 단순히 오래된 책을 파는 공간이 아니다. 그것은 한 시대를 지나온 지식, 감성, 기록의 전승 장소이자, 과거와 현재의 독자가 만나는 문학적 접점이다. 전 세계 곳곳에서 중고책방이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는, 신간 서점에서는 느낄 수 없는 책이 품은 시간의 향기와 희소성 때문이다. 누군가의 밑줄, 접힌 페이지, 오래된 서체는 그 책이 지나온 삶을 말해준다. 중고책은 단지 콘텐츠가 아니라, 하나의 **‘문학적 유물’**로 기능한다. 책방의 형태 또한 다양하다. 어떤 곳은 도서관처럼 조용하고 정돈되어 있으며, 어떤 곳은 헌책이 산처럼 쌓여 독자가 스스로 보물을 찾아야 하는 **‘문학 탐험지’**로 느껴지기도 한다. ..
아시아에서 가장 독창적인 서점: 대만 성품서점 완전 분석 1. “문화‧라이프스타일 서점” 키워드로 읽는 성품서점의 탄생과 철학대만을 대표하는 성품서점(誠品書店, Eslite Bookstore) 은 1989년 타이베이 둥취(東區) 골목의 60평 남짓한 공간에서 시작됐다. 창립자 우칭춘(吳清友)은 “책은 사람을, 사람은 도시를, 도시는 다시 문화를 만든다”는 신념 아래 24시간 서점·전시·라이프스타일 복합 공간이라는 당시로선 파격적인 모델을 도입했다. 쇼핑몰에 서점을 임차해 운영하던 기존 형식 대신, 서점이 주인이 되고 패션·음식·음악·디자인 숍을 “테넌트”로 초대하는 역발상을 택한 것이다. 그 결과 성품서점은 독서와 소비, 문화와 여가를 한자리에서 해결하는 ‘타이베이의 거실’ 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매장 동선은 갤러리식 일방통행 구조로 설계해 방문객이 자연스럽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