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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지방 소도시 독립서점에서의 1박 2일 여행 코스

1. 문학적 하루의 시작: 강원도 속초의 바다책방

속초는 관광지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이 도시는 문학적 감수성을 지닌 여행지로도 매력적이다. 아침 기차를 타고 도착한 속초역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한 ‘바다책방’은 여행의 출발지로 완벽하다. 이름 그대로 동해가 바라보이는 이 서점은, 에세이와 시집을 중심으로 큐레이션되어 있다. 특히 바다를 주제로 한 독립출판물이나 해양 생태 관련 인문서적이 잘 비치되어 있어 자연과 문학이 만나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카페와 함께 운영되는 이곳에서는, 바다를 바라보며 커피 한 잔과 함께 책장을 넘길 수 있다. 여행자 노트와 손글씨로 적힌 시구절이 곳곳에 놓여 있어 마치 누군가의 일기장을 읽는 기분이 든다. 책을 고른 뒤, 서점 앞 해변에서 독서를 하는 것도 추천 루트 중 하나다. 속초의 조용한 바닷바람과 파도 소리가 책의 행간에 스며들어, 어느새 마음도 차분해진다.

2. 골목 깊숙이 숨겨진 공간: 강릉 명주동의 책과생활

속초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약 한 시간 거리의 강릉은, ‘시인의 도시’라 불리는 만큼 문학의 숨결이 살아 있는 곳이다. 오후 일정은 강릉 **명주동의 ‘책과생활’**에서 시작한다. 이 서점은 다소 눈에 띄지 않는 골목 안쪽에 자리해 있어, 여행자는 자연스레 도시의 깊은 골목길을 산책하게 된다.
‘책과생활’은 책, 생활용품, 그리고 지역 예술가들의 굿즈가 함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생활 속의 문학’을 표방한다. 특히 로컬 작가들의 소설, 시, 에세이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어, 강릉이라는 지역성과 독립출판물의 매력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이곳의 대표 프로그램인 ‘한 사람 책 큐레이션’은 서점 주인이 방문자 한 명을 위해 하루에 한 권의 책을 추천해주는 서비스로, 감동을 선사한다.
책을 읽고 난 뒤에는 명주동 골목을 따라 이어지는 ‘김동명 시인의 생가’, 그리고 작은 전시공간인 ‘명주예술마당’을 함께 둘러보는 것이 좋다. 이로써 하루 동안 문학과 일상을 동시에 체험한 풍성한 여행이 완성된다.

지방 소도시 독립서점에서의 1박 2일 여행 코스

3. 1박의 의미를 더하는 공간: 원주의 책방 피노키오

저녁에는 강릉에서 약 한 시간 반 거리에 위치한 원주로 이동한다. 원주는 의료와 공업의 도시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에는 독립서점과 예술공간이 다수 생겨나며 감성 도시로 재조명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책방 피노키오’가 있다.
책방 피노키오는 오래된 주택을 개조해 만든 서점으로, 아늑한 조명과 나무 향이 가득한 내부가 여행자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준다. 이곳은 밤에도 조용히 열려 있는 서점이라는 점에서 독특하다. 여행자들은 늦은 저녁, 혼자 혹은 연인과 함께 조용히 책을 읽고 머무를 수 있다.
무엇보다 피노키오의 특별함은 ‘하룻밤 책방’이라는 프로그램이다. 예약을 하면 서점에서 실제로 1박을 할 수 있는 숙박형 서점으로 운영된다. 침구와 욕실, 차와 간단한 간식이 마련되어 있으며, 수백 권의 책이 있는 공간에서 하룻밤을 보낼 수 있다는 점은 문학 애호가에게 잊을 수 없는 경험을 제공한다.

4. 여행의 마무리, 로컬에서 찾은 삶의 문장들

2일 차 아침은 책방 피노키오에서의 조용한 독서로 시작된다.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 그리고 주변에서 들려오는 새소리와 책장 넘기는 소리는 마치 한 편의 시 같다. 책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또 책으로 하루를 마무리한 이 경험은 단순한 여행을 넘어 삶의 리듬을 재정비하는 시간이 된다.
조용히 짐을 정리하고 나서 원주 시내의 ‘문화의 거리’를 산책해보자. 곳곳에 작은 서점, 책방 카페, 북 굿즈 상점이 모여 있는 이 거리에서는 로컬 작가의 미니북, 문학 엽서, 수제 노트 등 다양한 문학적 기념품을 만날 수 있다.
여행의 마지막으로 원주역 인근의 ‘살롱드책방’에서 간단한 브런치를 즐기며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이곳의 독서 공간은 여행자들을 위한 필사 코너도 마련되어 있어, 읽은 문장 중 마음에 남는 구절을 필사해 두고 가는 전통이 있다. 그렇게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은 가볍고, 마음은 충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