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구의 시간 속을 걷다, ‘근대골목과 문학의 시작점’
대구 중구에는 ‘근대문화골목’이라는 이름의 특별한 길이 있다. 이 길은 단순한 관광 루트가 아닌, 대구의 100년을 담은 시간의 축이다. 계산성당, 이상화 고택, 3.1만세운동길, 그리고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까지 이어지는 이 골목은 한국 근대사의 문학, 예술, 정치, 사회가 교차하는 역사적 현장이다.
특히 시인 이상화와 소설가 서상돈의 흔적이 남아 있는 이 공간은 ‘문학이 살아 숨 쉬는 거리’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다. 거리 곳곳에는 문학작품에서 인용된 구절들이 조형물이나 벽화로 설치되어 있어, 단순한 산책이 아니라 한 편의 문학작품을 걷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 지역은 대구의 책방 문화와도 깊은 연관이 있다. 오래전부터 문인들이 즐겨 찾던 찻집과 고서점이 여전히 남아 있으며, 그 흔적을 따라 걷다 보면 자연스레 다음 여정지인 독립서점으로 이어진다.
2. 문학이 숨 쉬는 공간, ‘책방 서로’
근대골목에서 도보 10분 거리에 위치한 ‘책방 서로’는 대구의 대표적인 독립서점 중 하나다. 외관은 전통 한옥을 개조해 만든 듯 고즈넉하며, 내부는 문학 중심의 큐레이션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시집과 에세이, 인문서적이 주를 이루며, 주인의 섬세한 큐레이션이 공간을 특별하게 만든다.
책방 서로는 단순히 책을 파는 곳이 아니라, 작가와 독자가 교류하는 문학 커뮤니티 공간이다. 월 1회 진행되는 ‘낭독회’와 ‘작가와의 만남’ 프로그램은 지역 독서문화의 진정한 장을 열고 있다. 또한 대구 출신 작가들의 작품도 별도 코너를 만들어 집중적으로 소개하고 있어, 지역문학과 독립출판을 함께 경험할 수 있는 매력적인 장소다.
이곳에서는 책을 읽고 글을 쓰는 ‘필사 체험’도 제공하며, 방문자가 단순한 소비자에서 문학의 일부로 참여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조용하지만 깊이 있는 이 공간은 대구의 문학적 향기를 가장 잘 담아낸 독립서점이라 할 수 있다.
3. 골목 깊숙이 숨은 이야기, ‘책방산책’
동성로 북성로 방면, 좁고 조용한 골목 안쪽에 위치한 ‘책방산책’은 이름처럼 책과 함께 골목을 산책하는 듯한 경험을 제공하는 곳이다. 이곳은 단촐하지만 고유한 감성을 가진 독립서점으로, 특히 청년 작가들의 자비출판물과 독립출판 잡지를 다양하게 소개한다.
‘책방산책’의 가장 큰 매력은 ‘책의 분위기’를 시각화한 인테리어다. 벽 한쪽에는 직접 손으로 쓴 문학 구절들이 걸려 있고, 앤티크한 책상이 놓인 창가에서는 누구나 자유롭게 독서를 즐길 수 있다. 또한 서점 주인의 취향이 묻어나는 ‘테마 책장’은 매달 주제를 바꾸어 문학적 여정을 제공한다.
이곳은 여행자에게는 쉼의 공간이자, 지역 주민에게는 문화 공유의 장이다. 조용한 도시의 한 켠에서 문학이 사람과 사람을 잇는 이 서점은, 대구 서점 여행의 진짜 하이라이트로 꼽히기에 충분하다.
4. 지하철역 옆 문화 쉼터, ‘동성로 책방카페 리브레’
마지막 여정은 대구의 중심, 동성로로 향한다. 번화한 거리 사이로 숨어 있는 ‘책방카페 리브레’는 커피와 책, 그리고 사람을 잇는 복합문화공간이다. 입구는 카페처럼 보이지만 내부로 들어서면 책이 주인공인 또 하나의 세계가 펼쳐진다.
리브레는 독립출판 에세이, 젠더와 사회문제 중심의 도서, 그리고 대구에서 활동하는 청년 작가들의 작품을 다양하게 소개하고 있다. 특히 서점의 한쪽 벽면은 ‘문장 갤러리’로 운영되어, 누구나 감명 깊은 문장을 붙이고 공유할 수 있는 참여형 공간으로 꾸며졌다.
또한 이곳은 강연, 책공유회, 미니 전시 등 다양한 문학 기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도시의 중심에서 문학적 쉼표를 찍고 싶은 이들에게 최적의 장소이며, 대구에서 가장 ‘현재적인’ 문학 서점으로 손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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